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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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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높고 가파른 것이 산과 같았다"1624년 8월 13일 명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됐던 이덕형 일행은 장산도로 향하던 중 커다란 고래를 만났다. 거대한 고래를 본 일행은 그를 "높고 가파른 것이 산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마치 움직이는 산, 또는 섬으로 보였을 고래의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몸길이 16m에 이르는 혹등고래를 눈앞에서 본다면 과연 입을 다물 수 있을까. 이 혹등고래를 단순히 거대한 생명체가 아닌, 소중하고 친근한 피사체로 40여년 동안 작업을 이어왔다. 주로 새끼를 낳으려는 혹등고래들이 몰려드는 남태평양의 통가에서 이루어지는데, 고래보호를 위한 통가 정부의 방침으로 소음이 발생하는 공기통을 메고 잠수할 수 없기 때문에 방수카메라만 들고 바다로 뛰어든다. 잠수장비 없이 숨쉴 수 있는 1~2분 남짓의 시간 동안 10m의 수심 밑으로 내려가 촬영을 진행한다. 살아있는 거대한 피사체, 새끼를 품은 채 낯선 이를 경계하는 고래에 대한 세심한 배려 또한 필수적이다. 때문에 작품에서 어미고래가 새끼를 감싸고 유영하는 장면이나, 잠수부와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것인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작업의 대부분이 흑백사진인데 비록 다채로운 색채가 주는 화려함은 없지만 흑백의 대비를 통해 고래의 몸짓과 형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여러 번, 숱한 난관과 까다로운 촬영조건을 극복하고 탄생한 고래사진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길 바란다.

 

“역시 고래는 대단하다. 그 커다란 놈이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보고 있는데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통가(TONGA)에서 돌아오는 길은 무척 멀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마음 속 가득히 행복하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다. 사진이 좋고, 나쁘고는 나중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보고 싶었던 놈을 물 속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혹등고래를 처음엔 무서워 도망도갔었다. 나중엔 친해져서인지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아마 그들의 모습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작가 설명

20년이 넘게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로 근무하며 전세계 전쟁터를 누볐다. 평양을 비롯 러시아, 중국, 동유럽의 공산국가와 아프리카 등을 취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사진기자로 명성을 날렸다. 70년대 말 신문사에서 접한 수중사진 이후 수중촬영의 매력에 빠진 그는 틈만 나면 국내외 다이빙을 즐기며 수중촬영에 열중하였다. 80년대 접사위주의 국내 수중사진계에 광각을 이용한 거대한 바다의 웅장한 이미지를 소개하면서 국내 수중사진계의 흐름을 바꾸어놓았으며 현재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수중사진가이자, 그를 통해 국내 수중사진계의 수준이 진일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