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
오래된초상사진은그안에담긴이를보낸후에도영원히곁에있 을 것이란 생각에 특별하다. 순간, 초상사진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그의그림자가된사진의깊은무게와층의질감을느낀다.그러나 익명의 사진가나 가족들에 의해 생성된, 버려진 대부분의 사진들 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사진 역사의 주변부에 위탁되어 왔고 결국 은 ‘잊혀진 사진들’이 되고 만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 진수집과 사진관 초상사진에 주목해 왔던 나는, 사진 아카이브를 통해서 시대의 얼굴과 기억이 기록되는 근 현대사의 사회상을 추 적한다.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아버지 는 18세의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해인 1950년도에 입 대해서 4년간 철원 지역의 전쟁터에서 살았다. 그는 현재 88세의 고령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보내고 있다. 작업은 그 림자가 된 나의 가족사진을 그리는 어두운 방에서 시작한다. 어두 운방,거대한크기로확대되어빛을발산하며무중력시공간에떠 있는 노인의 초상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기억을 근거로 추적할 수 있는 단서의 도상성과 죽음의 예감을 내포한 사진의 지표성에 대한 사진 찍기 의식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 기념비적인 초상사진 은 거역할 수 없는 권력의 존재로써 오래되고 육중한 사진기의 시 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마침내 노인의 형상은 사진기 내부의 암흑 속을 지나 도착점인 얇고 매끄러운 젖빛 유리 표면에 거꾸로 매달 려있다.어쩌면그것은고문이자삶의방향의역행에대한항거일 지도 모른다. 결국 노인은 기계적, 화학적 절차를 거쳐서 초상사진 으로환원되어응시에대한권력속으로투영되며다시초상인물 의 환영으로 마주하게 된다. ‘베껴내는 사진기의 본질과 응시의 권 력, 그리고 유예된 시간의 관계성'은 우리 삶의 시대성과 기억에 던 지는 질문이다. 이로써 사진기는 물리적, 화학적 기능으로 시대적 역사를 베껴내는 마지막 진실의 장치가 된다.
이주용 (Juyong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