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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그러던 내가 중학교 입학하던 즈음부터 목욕탕을 가기 싫어했다. 그때 내 몸이 변하던 시기였고 갑작스럽게 엄마가 사라졌다. 목욕탕을 가기 싫은 게 변하는 몸 때문인지 엄마가 없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다시 모든 게 변하고 있었다. IMF를 보내야 했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으며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매일 도시락을 싸가야 했다. 그래도 나를 가장 난감하게 했던 것은 중학교 입학 전 소집일 날 선생님이 칠판에 써준 준비물이었다.
‘ 치마 안에 스치브를 입을 것 ’
나는 옆 짝지에게 스치브가 뭐냐고 물었다. 집에 가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가 점차 커가는 과정에서 나는 스치브가 무엇인지 엄마가 아닌 누군가에게 늘 물어야 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