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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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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내가 보고 느낀 한국의 샤먼은 다양하고 체계적이었다. 자연의 특정한 공간들이 무속의 성소라면, 무당의 몸은 곧 신이 머무는 성소였다. 굿을 하는 동안 무속인들은 굿거리(단락) 장면마다 해당 신을 상징하는 의례복(무복, 신복)으로 갈아입고 그 무복에 맞는 신을 맞이하여 마침내 사람이 아닌 그 신이 된다. 아름답고 때론 기괴하기까지한 무복을 입은 무당에게 신이 내리면 무당은 자신을 버리고 그 신이 되어 말과 표정 행동 등이 바뀌었는데, 영험한 신의 말과 예지력으로 인간의 잘못을 꾸짖고 삶의 고민을 풀어내며 위로한다. 화려한 신복을 입은 사람에서 마침내 그 의복의 주인공인 신으로 변한 그 특유의 모습은 오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무속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다양한 무복을 갈아입을 때마다 무속인이 방울을 들고 부채를 펴들면, 그 무속인에겐 무복에 맞는 다양한 신이 내린다. 그 자체로 신의 현신인 것이다. 단순히 무복의 디테일이나 무당(인간, 영매)가 아니라, 무속인에게 내린 신들의 초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무복을 입은 무당을 통해 그 신들의 초상을 찍고자 했다.

 

그러나 신복의 디테일을 살리면서 무당에게 신이 씌워져 마침내 신의 모습으로 변한 모습은 촬영이 어려웠다. 거기엔 신을 영접하는 음악과 가무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의상의 디테일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반인간 반신의 모습을 한 즉 인간과 신이 썪일 즈음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이제 막 신이 오르기 직전의 모습이 이 사진들이다. 한편 이 많은 무복은 대를 물리는 일이 없고 당대의 무당이 죽으면 그 무당이 입던 무복은 불에 태워 사라지기 일쑤이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보존이 희귀한 무복이기에 각 지방의 특색있는 무복의 원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 역시 의미가 깊은 일이다.

작가 설명

이한구 작가(1968, 서울)는 작가의 삶의 지점에서 스스로를 둘러 싼 외계를 사진을 통해 표현해오고 있다. 작가는 카메라에 인간존재의 삶의 변두리이자 중심 풍경을 30년 넘게 담아오고 있다. 최근 2015년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 5>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