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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부리가면
2020년 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군중을 보며 작은 마스크 한 장에 온 사회가 혼란에 빠질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아직도 낯설다. 코로나사태가 시작되면서 마스크는 큰 혼란과 논란거리였다. 마치 페스트가 유행일 때 착용했던 새부리가면처럼 마스크가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지켜줄거라 믿고 있다.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 마스크.
이 시리즈는 페스트가 유행했던 17세기부터 유럽에 등장한 새부리가면을 쓴 흑사병 의사(Plague Doctor)의 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다. 당시 사람들은 부리 부분에 허브나 향료를 넣으면 나쁜 공기가 정화된다고 믿었다. 오래 전부터 거듭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명은 현재도 여전히 ‘야만’ 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하나에만 의존한 채 마치 페스트가 유행일 때 착용했던 새부리가면처럼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새부리 가면 ’ 의 오류를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개인전 37.5℃(부다페스트 포토페스티벌, 2021) 단체전은 On Hold (Museo de la Cárcova, 부에노스 아이레스, 2021), 새로운 연대(대구미술관, 2020)등에 참여했다. 대구예술발전소, 상하이현대미술관, Ching Tien 아트스페이스 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상하이현대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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