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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작동법에 대한 단상
<다보탑, 그 기억의 그림자>(2017)는 작고한 할머니의 손가방 안에서 발견한 몇 장의 사진들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혹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과 마주했던 작가의 경험은 마치 롤랑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어릴 적 사진을 접하고 사진의 본질에 대해 깨달았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기실 사진은 단순히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혹은 대상을 닮은 형태로 보여준다는 것을 넘어서 사진 속 대상의 강한 존재성을 환기하고, ‘그것이-존재-했음’이라는 사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마주한 사진들로 인해 재작동되는 잊고 있던 시간들, 그리고 이를 붙잡고자 하는 욕망은 마침 당시 읽고 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저서에서 영감을 받은 촬영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형상들에 상상을 더해 이를 사진 이미지로 재현하고, 불멸의 시간을 상징하는 삼각형 안을 맴도는 퍼포먼스 영상을 함께 선보였다. 또한 시간이라는 무형적 존재를 간직하고자 하는 불가능한 시도를 손으로 행하는 만지기, 접기, 보관하기 라는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행위로 드러낸다. 그렇게 포개어 접힌 과거의 시간은 오랜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는 상징인 ‘탑’으로 쌓아져 촬영되고, 출력된 결과물은 시간의 속성을 나타내는 그래프와 함께 전시장에 설치되었다.
김미영은 사진과 조형, 설치,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사진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한다. 시간의 물질성과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기억의 특수성에서 잃어버린 시간이 재작동 되는 감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을 알레고리와 분석적인 방식으로 탐색하고,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로 기억의 저장 장치를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들을 감각적으로 공간에 설치하여 불가시적인 대상을 물리적으로 전환하고 다시 심리적으로 전시되는 ‘사진-설치’ 실험을 한다. 최근에는 제도권 내의 시간 통제와 정치적 통제와 같은 공동체의 통제에 대해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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