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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ressor
기 드보르(Guy Ernest Debord)는 이런 세상이 도래할 것을 이미 50년 전에 경고했다. 그는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 자본주의적 물신 숭배를 ‘스펙터클’이라고 표현했다. 스펙터클은 우리를 이성과 감성이 작동되지 않는 눈 풀린 구경꾼으로 전락시켰다. 우리는 우리끼리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서로를 소외시킨다. 그 사이 아파트는 스펙터클의 표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공사장 바닥에는 암호 같은 숫자와 기호, 약호들이 난무하고, 외벽 전체를 둘러싼 가림막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추려는 것이 분명하다. 전선들은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있고, 가느다란 철골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가 연결된 후 걸쭉한 시멘트로 덮인다. 어제의 바닥이 오늘은 천장으로 변하고, 매끈했던 면에는 하루만에 새로운 돌기가 솟아나 있다. 아무런 규칙없이 웃자라듯 보이지만 풀어 볼 엄두도 못 낼 복잡한 질서에 매몰되어 보지 못한다. 눈을 뜨고 보고 있지만, 세상은 나와 우리를 어떻게 교란시키는가? 나는 불안과 구토를 느낀다. 스펙터클의 과정도 그 결과만큼이나 스펙터클 하다는 것! 내가 느낀 불안의 구토물이 이 사진들이다.
Moder House
근대가 현대였을 때, 양옥집은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주거 공간의 표상이었고, 범접하기 힘든 견고한 현대적 성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근대가 된 지금은 소멸 중이다. … 양옥집 사람들은 놀이동산의 긴장감 넘치는 기구들 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회전목마 같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속도감 때문에 느끼는 구토감이 완화된다. 피학적 숭고함을 잠시 잊는 마취효과가 있다. 유달리 걸음이 느린 내게 꼭 필요한 진통제를 맞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주거 문화와 환경, 도시와 사람, 도시 환경과 개인의 삶의 연결성 등을 주제로 작업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면서 도시 생활을 호기심과 경외감으로 바라보았지만 결국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아파트 공사 현장의 내부와 외부의 모습, 서로가 서로에게 둘러싸여 서로를 소외시키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고, 최근에는 근대적인 주택과 도시에서의 개인적 삶에 대해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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