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중심으로 한, 이미지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꾼 것은, 멀리서 또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극명하게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더욱 알고 싶다고 욕망해왔던 먼 대상을 가까이서 몇 번이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지각세계의 원근공간을 변화시켰다. 이 세계의 균질화는 풍경으로써도 나타난다. 키구레가 생활하는 근교도시에서는 전원풍경 속에 주택건설업체가 양산하는 도시형 주택이 산재한다. 경제성장 속에서 어떠한 지방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의 변용이다. 《Kagamida》는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논밭의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집들을 촬영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가 살고 있는 마에바시 지역이 과거 누에치기로 번영했던 시절의 모습을 남기는 사진을 사용한 《Keshiki》는 과거와 현재를 엮고 있는 작품으로, 자신의 집에 남겨진 단체사진과, 지금도 남아있는 뽕나무, 그리고 교외 야경을 조각조각 잘라낸 후에, 직물을 가로세로로 짜듯이 엮어서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여기에는 현실 속의 산업에 휘둘리는 사회에 대한 고발이나 의견표명은 없지만, 현재의 감상자를 주인공으로 간주하고 만들어낸 이미지를 앞에 두고 어떠한 상상력을 구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