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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안 룩 No. 3 (An Italian Look No. 3)
이탈리아 플로렌스 소재 프리텔리 현대미술관((Frittelli Arte Contemporanea Gallery)과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은 대구사진비엔날레 참여 전시로 ‘이탈리안 룩 No. 3(Italian Look No.3, Uno squardo Italiano 3)’전을 준비하였다.
이 전시는 스톡홀름 주재 이탈리아문화원에서 발행하는 “Cartaditalia” 첫 번 째 호에 싣기 위해 계획된 세 번째 수정판으로, 두 번의 전시–첫 전시는 스톡홀름 Fotographin Hus에서 개최되었고, 두 번째는 플로렌스 Frittelli Arte Gallery에서 개최되었다–를 거치면서 수정되었다. 이렇게 수정된 전시는 여러 경향들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사진의 뚜렷한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개괄함으로써, 최근 이탈리아 사진의 한 단면을 제시한다.
전시 기획자 엘리오 그라치올리(Elio Grazioli)에 따르면, 이탈리아 현대사진은 전혀 동질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따르는 고유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을 통해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개성, 즉 그들의 독특한 ‘시적 감수성’을 통해 사진작가 한 명 한 명에 집중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들을 본질적으로 ‘사진작가’가 아닌 ‘아티스트’라 부르는 이유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왜 사진인가?’, ‘왜 다시 사진인가?’에 있다. 우리는 오늘날 사진이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더 이상 기술상의 진전을 추구하지도 않으며, 여타 장르의 예술적 표현으로부터 영향 받은 미학적 흐름을 따르지도 않는다. 오늘날 사진은 스스로 정체성을 주장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작금의 시점에서 사진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가상화되는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변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안목으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거시적으로 사진은 한 시대의 이미지를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날은 사진이 시대의 고유한 요소가 되고 있다. 미시적으로 보면 우리는 사진의 모든 세세한 부분들까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빛, 인쇄기법, 액자, 구성 등의 미세한 변화, 심지어는 어떤 전시이냐의 여부, 의도, 외양 등이 완전히 다른 사진 이미지를 낳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점은 사진에 지속적으로 도입되어온 그 마법 같은 분위기, 그 독특한 기법, 그리고 새로운 모습에 맞추어져야 한다. 한편으로 오늘날 사진은 선택 가능한 이해와 소통의 방법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롤랑 바르트에 따르자면 니체가 말했던 것과 같이 ‘불쌍해서 미칠(get crazy out of pity)’ 지경으로 우리를 몰고 가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이다. 선정된 작품들은 단선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목적과 행위를 통해 깊은 통찰력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관점들로부터 도출된 종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탈리아 특유의 표현 방식, 즉 예술의 고유한 모습과 그에 대한 특유의 접근방식을, 때로는 통념으로부터 크게 벗어나기도 하면서, ‘자연스러운’ 우아함, 형식상의 직관, 가벼운 터치, 섬세한 균형을 통해 깨뜨린다.
♦ 3인의 이탈리아 현대작가전
이 전시에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3명의 현대사진을 볼 수 있다. 세 작가의 작품들은 리얼리티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작품들의 배후에 놓여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올해 130주년을 맞이한 한국·이탈리아 수교를 기념하는 뜻 깊은 의미도 지니고 있다.
빛과 그늘의 섬세한 균형 작용을 통해 인물의 숨겨진 측면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비토리아 두소니(Vittoria Dussoni), 절규의 번민이자 해방을 드러내는 바스코 아스콜리니(Vasco Ascolini), 독특한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 걸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논쟁을 대표하며 또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다비드 브라만테(Davide Bramante)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서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탈리아 현대사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