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김진희의 April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우리에게 불시에 찾아 왔던 충격적 사건을 내면화하고 치유하는 행위의 산물이다.사실세월호가커다란상처로남게된것은집단적죽음의결과그자체보다도치명적피해를야기할 수밖에없었던사회의구조적모순,즉사회에만연한부조리와무책임같은우리스스로의부정성을마주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를 전후로 ‘시스템의 부재’란 말은 유난히 회자되었는데, 이는 사회를 유기적인 총합적 생명체처럼 간주하여 조절하는 생체권력 체제의 역설적인 치명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생체권력 체제는 수치화 된 규범과 자본의 기호를 통해 자율성을 강화하면서 개체의 내면에 기계적으로 재단된 수치적인 자본의 영역을 주조한다. 그로 인해 생체권력은 사회의 미시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되지만, 각각의 지점(개체, 사회체 등)은 서로 다른 지점과 단절되고 수치화/자본화 된 생명의 조건이라는 분절된 현재 속에 함몰된다. 한 마디로 시스템의 부재는 생명 자체의 조율을 극대화 하는 생체권력 체제의 아이러니이자 그 필연적 결과이다. 결국 김진희가 내면화한 상처는 세월호에서 기인하지만, 그러한 상처는 그녀(그리고 우리)가 처한 기계화 되어 버린 육체의 조건을 일깨운다.
작가는 사건 후의 적막한 팽목항 주변 풍경을 촬영한 사진 위에 바느질로 자수를 놓는다. 반복적으로 사진을 바늘로 뚫고 실로 메우면서 세월호 사건의 슬픔을 내면화하고 치유한다. 상처를 자극하고 메워가는 그녀의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사건의 기억은 망각된 개체의 생명력과 중첩되고 구체적 상처와 모호한 기억은 상호적으로 계열화 된다. 그리고 사진과 하나가 되어가는 자수의 형상과 함께 분절되고 고립되어 찢겨져 버린 생명력은 형성적으로 복원된다. 즉 April은, 김진희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생겨난 상처가 삶의 일부가 되고, 상처가 남긴 상흔이 지속적 삶을 만들어 내는 인생의 과정”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분기하는 시간의 내면을 가리킨다. 집단적 트라우마의 순간도, 작가의 부단한 행위도, 그리고 사진에 남겨진 적막한 풍경에서 상기하는 관객의 기억도 모두 반사시켜 버리는 그 내재성의 공간으로부터, 관객은 살아있는 육체 자체에 함몰되어 고착되어 버린 신체의 시간을 운동시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