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엠마뉴엘 레오나르의 작업은 1960년대와 1970년대로부터 물려받은 개념주의 접근법을 취한다. 최근 시리즈에서 그녀는 사법권 내에서 사용되는 사진을 살펴보며 증거, 흔적, 그리고 정보의 개념을 탐구한다.
‘살인, 재소자 대 재소자’는 감방의 평면도와 경찰이 촬영한 44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는 1997년 동료 재소자를 살해한 재소자에 대한 범죄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은 재소자의 감방과 감금되어 있는 삶뿐만 아니라 범죄현상의 흔적들을 세세하게 드러낸다. 경찰이 촬영한 사진은 박스에 아무렇게나 넣어져 종결된 사진이 제출된 퀘벡시 법원의 아카이브에 보관된다. 이 사진들을 사건 판결이 끝난 이후에는 대중에게 공개된다. 작가는 이 사진들을 가져와 아무런 개입이나 변경 없이 벽의 균일하고 대칭적인 그리드 안에 넣는다.
이와같은엄격한절차와규칙을따른까닭에그냥보기에도 끔찍했을 이미지들은 냉정하고 무감각한 사진이 되었다. 레오나르는 아카이브의 체계적인 본질과 사진이 지니는 미학적인 중립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난 이미지들은 또 다른 맥락에서 제시되면서 증거로서 가졌던 부담감을 이제야 덜어내게 된다. 선정주의를 피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카이브 자체는 살인이라는 극적이고 섬뜩한 세부 사항들만 아니라 재소자들의 일상까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