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이은종은 우리네 풍경에 주목해 왔다. 그의 <여관>시리즈와 <서울관상>시리즈 작품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이자 풍경이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품들이었다. 반면, 이번에 출품되는 는 작가의 개입 즉 극적인 상황을 드러내거나 때론 연출을 통해 현실에 도전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에게 미술관은 작품을 전시하거나 수장하는 곳으로 상징적 힘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새롭게 작품을 해석하게 하는 역사적이고 권위적인 장소이다. 이은종은 이렇게 미술관이 지닌 권위와 상징에 대한 미적 질서를 벗겨내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정형화된 공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닌 어수선하고 산만한 상태의 미술관을 촬영한다. '가는' 전시와 '오는' 전시 사이에서 작가는 작품이 철수하고, 구조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서 벽들이 철거되고 사라지는 것들을 목격했고, 작품들은 포장된 채 혹은 포장이 벗겨진 채로 잡동사니와 장비들, 파티션 구조물들과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면을 기록했다. 정돈되고 차분한 미술관의 느낌과는 다른, 어지럽고 산만한 미술관 내부 풍경을 촬영하고 때론 연출해 그걸 작품으로 돌려놓는다. 이러한 시도는 권위적인 공간에 대한 도전이자 작가만의 일탈로 해체된 풍경의 이미지이자 포스트모더니즘적 제안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