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레이몬드 보졸리는 인쇄와 사진 매체를 이용해 이미지와 글을 함께 활용한다. 그의 연작 ‘시대에서 시대로, 그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대로...(2015)’는 1953년 크리스 마커, 알랭 레네, 지슬랭 클로켓의 반식민주의 영화 ‘조각상도 죽는다’를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변형하여 큰 컬러 벽화로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찾은 영화의 디지털 복제본을 태블릿에서 재생한 후 이를 평판 스캐너에서 올려두고 이미지들을 캡처하였다. 영상의 움직임, 그리고 소비와 생산의 측면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술들을 오가며 탄생한 찰나의 이미지들은 아프리카는 물론 비서구 사람들이 만든 것들을 예술의 카테고리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초래된 왜곡을 보여주고 있다. 벽화는 솔펜트 기반의 잉크젯으로 인쇄된 뒤 전시공간 벽면에 직접 설치됐다. 예술 작품으로서의 존재감은 벽화가 공간 자체와 함께 공존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벽화를 떼어내는 순간 그것은 작품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술의 카테고리 안으로 들고 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