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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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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설명
노상익은 간, 신장, 췌장 등 소화기관을 전문으로 이식하는 외과의사다. 그는 자신이 한 수술의 기록들을 전시한다. 의사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도 숭고한 일이지만, 자신이 행하는 의술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숭고한 일이다.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기록의 의미에 대한 무지, 업무과정을 공개했다가 뭔가 책을 잡힐지도 모른다는 우려 등 숭고하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는 노상익의 기록을 통해 사람의 신체가 의학적으로 처리되고, 그 처리과정의 끝에서 죽음이 일어나는 것까지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목격하게 되는 죽음은 슬프거나 비참하지 않다. 그저 한 신체의 바이탈 사인이 정지하는, 객관적인 순간일 뿐이다. 그의 기록은 조셉 코수드의 개념미술을 닮았다. 그가 사물로서의 의자, 사진 속의 의자, 글로 된 의자를 전시하여 의자라는 개념의 각각 다른 존재상태를 보여줬듯이, 노상익은 사진으로서의 병, 텍스트로서의 병, 데이터로서의 병이라는, 병의 삼위일체를 보여준다. 병 자체는 전혀 성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이런 표상의 삼위일체를 통해 병에 접근하는 자세는 성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