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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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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사람들과 잡지들

<사람들과 잡지들> 연작의 배경은 서울에서 남쪽에 위치한 경마장 이다. 평균적으로 50대 남성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방문객은 입구 에서 입장권을 살 때 경마 주간지도 당연히 같이 구매한다. “에이스”나 “스피드”와 같은 제목을 단 잡지는 경마와 관련된 최신 정보 는 물론이고, 말과 기수에 관한 온갖 유용한 상식들도 제공한다. 주 말이면 약 하루 12회의 경주가 열린다. 경주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경주로 근처로 모여들거나 건물 바깥에서 수많은 모니터로 중계 영상을 본다. 경마가 끝난 직후 정적이 감도는 찰나에 군중은 황급히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흑백사진은 폐쇄 회로 카메라와 비슷하게, 작가가 피사체로부터 거리를 두고 살짝 조감하는 느낌 으로 촬영되었다. 그에 반해 컬러사진에서는 대상과의 거리도 가 깝고,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피사체의 일부만 보인다. 양쪽 사진 모두 경마장이라는 원래의 컨텍스트에 대한 언급은 완전히 배제한 채 잡지를 들고 있는 방문객만을 보여준다. 덕분에 일상적이고 지 극히 평범한 행위와 “모든 맥락에서 벗어난, 수상해 보이기까지 하 는 고립된 피사체”*에 관람자의 시선이 집중된다.

경마장 방문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한 자세가 포착된 사진 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규범화된 행동 패턴들을 드러 낸다. 각각 연작으로 구성된 흑백과 컬러사진은 대등한 관계에 있 으며 상위 주제 및 형식적 유사성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우베 M. 슈네데가 설명한 것처럼,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들인 주요 모티프와 형식 상의 유사점들은 등가를 이루며, 그 틀안에서 상호변이와 변주가 계속해서 일어난다.”

‘준(準) 공공장소’인 경마장은 그 자체가 이미 사진적 개입을 허용 하는 특수한 조건을 갖춘 장소이다. 연작의 특성 상 작품 감상시 개별작품들을 서로 비교하게 되는데, 이때 특히 피사체의 신체 언어와 수행적 특징에 주목하면 좋다. 


Florian Bong-Kil Grosse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