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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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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작품 은 ‘2차 세계 대전 후의 이주 여성들 (Migrant Women after WW II)’과 역사의 축 뒤에 수동적인 형태로 숨어 국경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여성들은 구 일본군 위안부였고, 또 어떤 여성들은 내 일본인 할머니의 경우처럼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이전에 일본에 파견 나와 일하고 있던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사람도 있으며,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선전 마을‘양지리’로 이주한 할머니 들도 있다. 작가는 이들의 지배적인 정체성이 지닌 힘에 호소하는 형태로부터 거리를 두며, 동시에 이들에게‘희생자’라는 집단 정체 성을 부여하는 것에도 거부한다. 그렇다고 비할 데 없이 독보적인 (matchless) 어떤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작품 은 72명의 이주여성들을 인터뷰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 가운데는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는 것에 대 해동의하지않은사람들도있었다.이주여성들에대한기록인작 품에서 여성들의 얼굴은 그들이 인터뷰에 응한 시간만큼 물 밑에서 지워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들의 인터뷰는 익명으로 기록된다.

이들의 포트레이트 프린트들(portrait prints)은 아크릴(acylic) 용기 안에 담아 두었는데, 인터뷰를 기록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이 안에는 이들이 인터뷰에 응한 시간만큼의 물이 채워져 있다.

역사의 균열 사이에 숨겨진 이들 다양한 여성들의 기억과 마주한 채, 인터뷰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수위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 다. (인터뷰가 길어지면 질수록 인터뷰에 응한 사람의 얼굴은 점 차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이, 수위가 올라감에 따라 인터뷰에 응한 사람의 얼굴과 그들의 기억도 현재의 덧없음(the present temporality) 속에 용해되면서 다른 물성(物性)으로 바뀌게 된다.

라는 작품은 과거에 내 일본인 할머니가 한국으로 이민왔던 여정을 따라가면서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 가운데‘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나와 함께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이 었다. 할머니의 오래된 사진 앨범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2010년부터 역사의 거대한 힘에 강제되어 수동적으로 이루어진 ‘여성 이주’를 다루는 작업들 을 계속해 왔다. 이 작품에서 나는‘이주’를 더 이상 물리적인‘이동’ 이 아니라, 오히려 모종의 경험‘상태’로 그렸다. 고백하자면, 이 모 든 과정들은“내 할머니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물에 걸려 나오듯 마주하게 된 것들”이다.

최찬숙 (Chan Sook 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