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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적산가옥이 가리키는 흐릿한 기억의 영역 


정훈 /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



우리의 주변에는 특별한 과거의 시기를 가리키는 장소가 있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있으며, 근대화시기에 지어졌던 공장이나 학교처럼 이제는 생명력이 고갈된 채 장소만 점유하는 곳도 있다. 한편으로는 특별한 시기를 상기시키면서도 여전히 일상에서 쓰임새를 발휘하는 장소 또한 있는데, 김미경이 핀홀 렌즈효과를 강조하여 촬영한 통칭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불리는 유형의 건물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산가옥’이란 명칭은 해방이후미군정이남한내에서일본기업및개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군정과 정부가 일반인에게 불하하는 과정속에서구체화된것으로서,그이름에서알수 있듯 적의 재산 혹은 적이 생산한 재산이라는 역사적 부정성을 내포한다. 



김미경의 흐릿한 사진들은 이러한 적산가옥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그녀의 사진들은 전형적인 일본식 저택 마당에 놓인 장독대랄지 일본 근대화 양식의 학교 건물처럼 우리의 일상에 남아있는 근대적 일상의 양면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혹은 김미경이 작업
동기에 대해 유년 시절을 사로잡은 “멋진 창문과 이색적인 모습”을 일련의 적산가옥이 회상케 하여 기록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고 말하듯이, 개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제 강점기의 트라우마나 향수어린 기억은 모두 실질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적 오류를 야기한다. 그와 같은 사회적/ 개인적 기억의 모호함으로부터 적산가옥이란 말에 내포한 시대적 기억을 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적산가옥은 1940-50년대 중반에 사회적으로 가시화 되었고, 부정적 관념도 구체화 되었다. 특히 후자는 ‘적산’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불하’라는 행위에 자리 잡은 부정적 인식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재산이 실질적으로는 직간접적으로 수탈당한 집단적 자산이기에 공적 영역에 속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과정 속에서 특정한 개인에게 불하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전 기억처럼 흐릿하게 표현된 일련의 김미경 사진에는 다양한 적산가옥―이중 일부는 단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기도 한데, 오늘날 적산가옥은 일상적으로 이러한 건물들을 총합적으로 에둘러 부르기도 한다―의 양태가 담겨져 있는데, 거기에는 허물어져 가는 가옥들이나 지속적으로 개량 보수된 가옥들도 있으며, 심지어 일제 강점기의 것인지 그 후의 것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것들도 있다. 즉 사진들은 ‘적산’ 혹은 ‘동경’을 넘어서는 그저 그런 일상의 흔적들이 뒤섞여 오히려 ‘적산가옥’에 덧대어진 사회적/ 개인적 기억을 역으로 모호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이러한 가옥들이 어떤 연유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있게 되었는지를 반문하게 한다. 말하자면 일련의 사진은 어떠한 사실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사실화 되어버린 모호한 기억에 대한 질문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질문은 일제 강점기라는 트라우마나 막연한 향수가 아니라 그로부터 망각되어버린 근대의 부정적 유산(negative heritage)의 실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 마디로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공적 영역의 사유화라는 문제적 현상이 기실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역사적 기억으로부터 기원한다는 사실을 새삼 재고케 한다.
작가 설명
김미경 (Kim Mi Gyeong)

2018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사진영상 전공

- 개인전
2017《나무의 초상》, 봉산문화회관, 대구

-주요그룹전
2017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2017》, 창원 315아트센터, 창원
2017 《2017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예술 사진교류전 – 사진으로 느끼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7 《2017 강소성 · 대구 예술교류전》, 강소성, 중국
2016 《글로벌 그 이후》, 시오갤러리(Syo Gallery), 대구
2016 《제8회 포트폴리오 특별기획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6 《2016 센다이 · 대구 국제예술교류전》, 센다이,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