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기억, 패러디 (Origins, Memories & Parodies)
기원이라는 개념은 사진이 출발했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며, 아울러 이미지라는 것이 정확성과 신뢰성의 측면에서 이전에 비해 불안정하며 지배적이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이해하게 해준다. 사진은 예술가들과 세계에 대한 그들의 단편적인 비전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욕망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진이 목적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인간의 기본적 구성요소라 할
기억은 사진이라는 흔적들을 이용함으로써 재생되고 분석된다. 그리고 그 사진이란 늘 예술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제작되지는 않는다. 기록물보관소, 토착민의 사진, 그리고 시각(이미지로 이루어진) 문서들은 오늘날 예술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주목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이미지가 이념적, 문화적, 또는 경제적 해석을 작동하게 하는 집단적인 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개별적이고 사적인 기억이나 경험과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때로는
패러디라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각색된 작품들은 서사적 묘사들로부터 신비함을 제거함으로써 역사를 하나의 소극(笑劇)으로 고쳐 쓴다. 즉, 이들은 흔히 객관적 표현을 사칭하고 있음을 숨기거나, 열대의 전원적 풍경 뒤에 숨은 폭력을 감추는 회화적 구조의 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서술적 구조를 가진 것으로 파악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하나의 경험으로서의 전시라 할 것이다. 관람객들은 큐레이터나 작가들의 표현에 따라 다양한 개인적인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을 하나의 정서적 경험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관람객들에게는 지적 자율권을 훈련하는 일이 된다. 관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이미지에 문화적인 취향과 편견을 덧씌우는가를 의식하면서 작품들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전시되는 모든 사진들은 미적 탐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작품들은 자연, 사회, 기억, 정체성,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한 반추의 보다 깊은 층위들을 포괄하도록, 사진술의 핵심적 요소들이 제공하는 형식적이고 기법적인 측면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전시란 때로 미술시장의 주류와 서구의 지배에 대한 반체제적 발언을 보여주는 다성적(多聲的)인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전 지구적인 이슈를 이야기하는 지역 언어와 방언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러한 점에서 불균형과 격차 또한 우리의 동시대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이미지의 바다에 대한 하나의 은유로 일부 작품들에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