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시그널》은 사진 이론가 존 버거(John Berger)의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경구를 부제로 삼아, 본다는 행위와 보(이)고 있는 대상과 맺게 되는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보려는 전시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6명(팀)의 작가는 모두 각자의 관점으로 피사체와 관계 맺으며 사진이라는 매체의 속성에 대해 질문하고 실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현실의 단면과 일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에는 실재와 부재가 공존하게 된다. 관객은 사진 안에 구현된 부분을 통하여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 사진의 바깥 또는 이면에 잠재된 이야기(서사)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no signal’은 모니터의 영상 신호가 끊어진 상태를 뜻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각 작업에 따라 ‘(인공) 신호 없음(차단)’과 ‘정해진 뜻이나 사진의 전통적인 의미의 속성으로부터 탈주’ 그리고 ‘카메라와 미디엄(전시 공간)의 매개(signal)에 대한 탐색’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을 통해 6명(팀) 작가의 120여 점의 사진과 영상작품, 조경 설치 등으로 구성되며 두 작가의 작업이 한 전시실에서 개념적으로 서로 호응하도록 배치하였다.
섹션 1에서 녹음(문소현, 휴 키이스)과 이순희는 문명의 신호와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의 생명 순환에서 체득한 감각과 자연의 비물질적 요소(빛, 그림자, 소리, 기운)를 시각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한다. ‘맑은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녹음의 〈청영〉 작업은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로 구성된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조경 설치 작업으로 참여한다. 계림의 나무와 당산나무의 비가시적인 ‘영靈의 기운’을 시각화한 이순희의 모노 톤의 〈생명의 나무〉 연작 사물의 본질과 가까워질 수 있는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섹션 2에서 서동신과 조성연은 비사진적이고 비지시적인 이미지를 중첩하여 이미지 간의 충돌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진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서동신의 〈Entropy〉, 〈Equation〉 작업은 이미지를 서로 중첩하고 색을 제거하거나 교차 반복하는 방법을 통해 대상의 구체성을 지워가면서 사진적 추상을 연출한다. 조성연의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연작은 작가가 우연히 어느 한때 마주친 일상에서의 풍경과 사물을 사진 프레임 안에 재배열하거나 조합한다. 이를 통하여 시각적인 긴장감을 보여주는 조형 또는 심리적인 균형 상태를 이루고자 한다.
섹션 3에서 기슬기와 안준은 인공지능(AI)과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사진예술의 생산과 수용 방식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기슬기는 〈System〉과 〈Reflection in your eyes〉 그리고 〈인물, 정물, 풍경〉 연작을 통해 사진의 생산과 소통 과정, 사진의 재현력의 한계, 사진의 물성이 전시장에서 제시될 때 파생되는 일루전(액자 유리에 반사된 관람객과 전시장 조명과 그림자 등)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안준은 일상 속 우연의 순간,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을 사진으로 시각화해왔다. 2022년 자연어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의 등장 이후 시작한 〈Good Morning John〉, 〈신과 당신을 위한 방〉 연작은 플랫폼 차단어를 우회해 시각화한 연작을 통해 AI가 학습한 데이터 셋의 신체 이미지를 역추적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 (프롬프트 prompt: 명령이나 질문을 시작하는 문장)를 어떻게 사진 이미지로 구현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Although ‘no signal’ typically refers to a state where the video signal of a monitor is disconnected, in the exhibition, No Signal, it multi-categorically means ‘blocking out any artificial signal’, ‘escaping from certain predetermined definitions or traditional attributes of photography’, and ‘exploring the signal between the camera and medium as the space of the exhibition. The exhibition consists of three sections presenting 120 photographs and video works, as well as pieces of landscape installation made by six artists including artist collective. Each exhibition room is organized with works of two artists that resonate with each other conceptually.
In the first section, artists nogm (Sohyun Moon, Hugh Keice) and Sunhee Lee try to visualize their sensory experience of nature and non-material elements such as light, shadow, sound, and energy acquired from the cyclic processes of nature through their works of art, eliminating the signals and noise of our civilization. An artwork of nogm, Cheongyeong (淸影), meaning ‘white shadow’, features sound, visual images collected from nature and a landscape installation work. The monochrome series, Tree of Life made by the artist, Sunhee Lee, presents the invisible ‘spiritual energy’ of the sacred trees of the Gyerim forest, offering the viewers a time for contemplation on the essence of life.
In the second section, artists, Dongsin Seo and Seongyeon Jo explore new aesthetic possibilities of photography by overlapping non-photographic and non-directive images, and investigating the interaction among them. In the work of art of Dongsin Seo, such as the series of Entropy and Equation, he creates the effect of photographic abstraction by overlaying images and removing colors or repeating certain patterns. Through her work of art, the series A Complete Coincidence, the artist, Seongyeon Jo rearranges or combines random scenes and objects of her daily life that she encounters unexpectedly, aiming to create a visual tension and formative, psychological equilibrium.
In the third section, the artists, Seulki Ki and Ahn Jun explore how the creation and appreciation of the art of photography have evolved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and the post-internet era. Seulki Ki’s works, System, Reflection in your eyes and the series, Portrait, Still-life, and Landscape,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rocess of production and that of communication of photography, the limitations in creating representational effect in photography and the illusions created from the materiality of the photographic works presented in the exhibition space, such as the viewers reflected on the surface of the photographs and the light and shadow in the exhibition space. The artist, Ahn Jun experiments with how AI, devoid of a concept of self, materializes human language (prompt: a sentence that begins a command or question) into images through the series Good Morning, John and A Room for You and God.
이순희 Sunhee Lee
이순희는 오랫동안 나무의 생명 순환성에 대해 탐색해왔다. 생명체로서의 나무와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작가의 내면으로 체화하고자 하였다. 〈생명의 나무〉 연작은 계림의 나무, 전국 마을 곳곳의 당산나무를 촬영한 작업으로 밤에 스트로보 광을 이용하여 고목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시각화하였다. 작가는 역사적 장소에 자리하며 일견 사람의 모습과 닮은 나무의 형상을 움직이는 기의 형상, '영靈'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그것을 존재의 본질로 보고 있다.
For a long time Sunhee Lee has been exploring the cyclical nature of trees’ lives. Having moments of a spiritual communion with trees as a living creature, she tries to embody the harmony between the course of nature and her inner self. Her work of art, Tree of Life captures trees in Gyerim and the sacred tree of villages, using strobe light at night to visualize the spiritual energy of the old trees. Staying in certain historical sites, she expresses the form of trees resembling human figures as a symbol of spiritual energy, which she considers as the essence of a creature.
녹음(문소현, 휴 키이스) nogm (Sohyun Moon, Hugh Keice)
녹음(문소현, 휴 키이스)은 다양한 시공간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존재해온 자연의 순환적 요소, 빛과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사운드와 함께 영상화하여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청영(靑影)’은 소나무나 대나무 등의 그림자를 ‘맑은 그림자’로 운치 있게 표현한 것으로 〈청영〉 작업에서 달빛처럼 은은한 빛으로 대상을 밝히는 부드러운 그림자가 중요한데 맑은 그림자, 즉 흰 그림자는 마치 반전된 흑백사진을 연상시킨다. 전시장에 설치된 식물의 그림자가 영상에 더해져 실물과 그림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명상의 시간으로 이끈다.
* nogm(녹음)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형태, 구조, 기능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하는 아티스트 컬렉티브이다.
nogm tries to provide the viewers with a new sensory experience by visualizing non-material elements such as light, sound, and other natural elements that have existed in various time and space through the endless process of creation and extinction. Reminding the viewers of black and white photographs, an artwork of nogm, Cheongyeong (淸影), meaning ‘clear shadow’ of the pine and bamboo trees caused from the white moonlight, features sound, visual images collected from nature and a landscape installation work. The image of the plants installed in the exhibition space is in the video work, creating a surreal atmosphere, in which the boundary between the subject and the shadow of it becomes ambiguous, making the viewers have a meditative experience.
*nogm is an artist collective that apprec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drawing inspiration from forms, structures, and functions of nature.
서동신 Dongsin Seo
서동신은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사진의 재현성과 지시성에 주목하는 개념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Entropy〉, 〈Equation〉 연작을 통해 다른 메시지를 가진 이미지를 조합하여 전혀 다른 메시지 또는 비지시적인 의미(의미 소거)를 만들며 사진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사진 이미지를 서로 중첩하고 색을 제거하거나 교차 반복하여 이미지 간의 충돌과 상호작용을 통해 대상의 구체성은 약해지며 사진적 추상에 이르게 된다.
Dongsin Seo carries out conceptual work by focusing on the difference between ‘seeing’ and ‘knowing’, and questions the representational and referential nature of photography. Through the series of his work, Entropy, Equation he experiments with the new aesthetic possibilities of photography by combining images with different messages to create new messages or non-directive meanings (eliminating meaning). By overlapping photographic images, removing colors, or repeating patterns, the specificity of the subject diminishes, leading to the result of photographic abstraction through the interactions among those images.
조성연 Seongyeon Jo
조성연은 식물의 발아·성장·소멸 과정을 주목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질서를 깨닫고 삶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섬세한 관찰과 사유를 바탕으로 사물에 내재하는 시간의 흔적과 순환하는 생명에 대한 숭고함, 아름다움을 담아왔다.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연작을 통해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와 사물을 조합하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 긴장감과 리듬감을 보여주는 조형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Seongyeon Jo explores the order of nature while focusing on the process of germination, growth, and demise of plants, contemplat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life and art. Based on her meticulous observation and contemplation, she has been reflecting the traces of time and the sublime beauty of the cycle of life. In the series of her work, A Complete Coincidence, she perceives objects and combines them to create the formative beauty that makes the viewers experience visual tension and rhythm.
안준 Ahn Jun
안준은 일상 속 우연의 순간,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을 사진으로 시각화해왔다. 2022년 자연어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의 등장 이후 시작한 〈Good Morning John〉, 〈신과 당신을 위한 방〉 연작은 플랫폼 차단어를 우회해 시각화한 연작을 통해 AI가 학습한 데이터셋의 신체 이미지를 역추적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 (프롬프트 prompt: 명령이나 질문을 시작하는 문장)를 어떻게 사진 이미지로 구현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Ahn Jun has been visually capturing fleeting moments of chance in everyday life, instances that are difficult to perceive with the naked eye, throughout high-speed photography. Since the emergence of natural language-responsive artificial intelligence image generators in 2022, she has begun the series Good Morning John and A Room for You and God. These works circumvent platform censorship to trace back the dataset of body images learned by AI. Through this process, Ahn explores how artificial intelligence translates human language (prompts: sentences that initiate commands or questions) into photographic images.
기슬기 Seulki Ki
기슬기는 사진 찍기와 사진 보기의 프로세스를 전복하여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사진의 재현력, 시각의 가능성과 한계, 실재와 가상의 경계 등에 질문하는 작업을 해왔다. 〈System〉과 〈Reflection in your eyes〉 그리고 〈인물, 정물, 풍경〉 연작을 통해 사진의 생산과 소통 과정, 사진의 재현력의 한계, 사진의 물성이 전시장에서 제시될 때 파생되는 일루전(액자 유리에 반사된 관람객과 전시장 조명과 그림자 등)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Seulki Ki has been challenging the process of taking photographs and viewing them, questioning the limitation of representation in photography including the possibilities of vision and the boundary between reality and the virtual world generated in the process of creating and consuming the photographic images. Through the series of her work System, Reflection in your eyes, and Portrait, Still-life, and Landscape, she explores the process of producing and communicating photographs, as well as the limitations of representation in photography and the illusions created in the exhibition space, such as the viewers reflected on the surface of the photographs and the light and shadow of the exhibition 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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